과거 장례에서 유가족의 역할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었다. 고인의 마지막을 책임지고, 의식을 준비하며, 조문객을 맞이하고, 상주로서 예를 다하는 것이 일반적인 틀이었다. 장례식의 방식은 주로 종교적이거나 지역 전통에 따라 표준화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유가족이 기획이나 창조적 판단을 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하지만 ‘디지털 장례’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유가족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추모관을 구성하고, 고인의 기록을 큐레이션 하며, 메타버스 장례식을 연출하거나 AI 기반 콘텐츠를 생성하는 등,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새로운 책임이 생겨난 것이다. 이제 유가족은 단순히 장례를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인의 기억을 어떻게 표현하고 구성할지를 결정하는 ‘기획자’이자 ‘설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