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례-추모, 유언장, 메타버스, 블록체인

디지털 장례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Z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rich-story12345 2025. 7. 3. 22:30

장례는 단순히 생을 마감하는 의식이 아니다.
삶의 마지막을 기리는 과정이자, 남겨진 이들이 감정을 정리하고 공동체가 고인을 보내는 사회적 행위다. 과거에는 그 방식이 거의 동일했다. 가족과 지인이 한자리에 모여 예를 갖추고, 종교나 문화적 의례를 바탕으로 작별을 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장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디지털 장례’라는 개념은 장례문화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디지털 장례에 대한 Z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간의 인식 차이

디지털 장례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거나 고인의 삶을 디지털 자산으로 보존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는 가상 추모관, 메타버스 장례식, 고인의 SNS 계정 관리, AI 기반의 고인 메시지 전달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장례가 기술과 만나면서 그 의미와 방식 모두 다변화되고 있다.

이 새로운 장례 방식을 마주한 세대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장례를 정형화된 의식으로 받아들여 온 베이비붐 세대와 일상 속 대부분의 감정 경험이 디지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Z세대는, 장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다. 이 글에서는 각 세대가 디지털 장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분석하고, 그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살펴본다.

 

Z세대의 장례 인식 – 기술 기반 감정 표현의 자연스러움

Z세대는 디지털 기술이 감정 표현과 연결되어 있는 세대다. 이들에게 사진, 영상, 채팅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서적 연결의 수단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만큼, 장례 역시 디지털로 연결되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이 아날로그에 한정되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디지털 공간은 이들에게 현실 세계의 확장이지 대체재가 아니다.

고인의 SNS를 디지털 추모공간으로 전환하거나, 온라인 메시지북을 만들어 공유하는 행위는 Z세대에게는 ‘공감의 확장’이다. 이들은 장례식장이라는 시간·공간적 제약 없이, 자신이 감정을 나누고 싶을 때에 추모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장례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다. 또 메타버스 장례식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 고인을 추억할 수 있다는 접근성 역시 큰 장점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이들은 기억의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한다. 헌화나 절, 제례 형식보다 고인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더 집중한다. 이들에게 디지털 장례는 기억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 수단이며, 이별을 고정된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유연한 장례 방식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 인식 – 전통 의례와 인간적 접촉의 가치

베이비붐 세대는 장례를 ‘공식적인 작별 의례’로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장례는 단순히 슬픔을 표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인을 예우하는 최종 절차다. 조문객의 방문, 삼우제, 고인의 인생을 돌아보는 가족 행위 등은 장례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여겨진다. 따라서 디지털 장례에 대해 이 세대는 ‘편리하지만 본질이 빠진 행위’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온라인 장례식은 물리적 접촉 없이 감정을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간적 교감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고인의 육성을 AI로 재현하는 기능에 대해선 ‘불경스럽다’라거나, ‘고인을 기술로 조작하는 느낌’이라는 반응도 존재한다. 이들에게 감정은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이별의 과정은 정해진 형식을 따라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본다.

또한 장례는 단순히 유족만의 감정 정리의 시간이 아니다. 조문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고인을 기억하고 작별하는 집단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 공동체적 작별 의식을 중시하며, 디지털 장례가 이 연결을 단절시킨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는 기술에 대한 불신보다는, 감정적 깊이를 중시하는 정서 기반의 반응이다.

 

세대별 장례 인식 차이 – 추모 방식에 대한 철학적 거리감

Z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간의 디지털 장례 인식 차이는 단순히 ‘기술 친숙도’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 배경에는 ‘추모’에 대한 철학적 이해의 차이가 있다. Z세대는 감정의 흐름을 비공식적이고 유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익숙하다. 고인을 추억하는 시간이나 방법을 정해진 틀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감정은 형식을 통해 정리되고 수렴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Z세대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SNS에 짧은 글을 남기거나, 평소 공유했던 사진을 다시 올리는 것을 장례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에게는 이러한 디지털 행위 자체가 충분히 감정적이며 진심이 담긴 방식이다. 반대로 베이비붐 세대는 ‘진심을 담은 이별’은 직접 눈을 마주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예를 다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을 통한 간접적 감정 표현은 가벼워 보이거나 성의 없어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연령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경험, 감정 표현 방식, 공동체 문화 등을 반영한 인식 구조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간극은 정보만으로는 쉽게 좁혀지지 않으며, 서로의 감정 양식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반복적인 문화 접촉을 통해서만 줄어들 수 있다.

 

디지털 장례를 둘러싼 세대 간 ‘공감 가능성’과 문화적 융합

디지털 장례가 세대 간 단절을 만드는 도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세대 간 공감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자체를 중립적으로 받아들이고, ‘장례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각 세대가 납득할 수 있는 사용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장례 절차는 유지하되, 그와 동시에 고인의 생전 기록을 디지털 콘텐츠로 구성해 공유하는 방식이 있다.

또한 직접 참석이 어려운 조문객을 위해 온라인 조문 시스템을 병행하거나, 메모리 북 형태의 디지털 앨범을 제작해 유족이 천천히 감정을 정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좋은 예다. 이러한 혼합형 접근은 Z세대의 디지털 친화성과 베이비붐 세대의 정서적 깊이를 모두 존중할 수 있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채택 여부가 아니라, 그 기술이 고인을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며, 유가족에게 어떤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느냐다.

디지털 장례는 일률적인 방식으로 설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각 가족, 각 세대, 각 고인에 맞춘 유연한 장례가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 양식을 존중한다면, 디지털 장례는 단절이 아닌 연결의 매개로 작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