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례-추모, 유언장, 메타버스, 블록체인

디지털 장례에서 유가족의 역할–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 라는 직업의 가능성

rich-story12345 2025. 7. 4. 17:07

과거 장례에서 유가족의 역할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었다. 고인의 마지막을 책임지고, 의식을 준비하며, 조문객을 맞이하고, 상주로서 예를 다하는 것이 일반적인 틀이었다. 장례식의 방식은 주로 종교적이거나 지역 전통에 따라 표준화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유가족이 기획이나 창조적 판단을 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장례’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유가족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추모관을 구성하고, 고인의 기록을 큐레이션 하며, 메타버스 장례식을 연출하거나 AI 기반 콘텐츠를 생성하는 등,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새로운 책임이 생겨난 것이다. 이제 유가족은 단순히 장례를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인의 기억을 어떻게 표현하고 구성할지를 결정하는 ‘기획자’이자 ‘설계자’가 되고 있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

 

이런 변화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다. 이 역할은 고인의 인생을 디지털 공간에 담아내는 감성적 기획자로서, 장례를 하나의 창작 행위처럼 다루는 새로운 직업군이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장례 속 유가족의 역할 변화,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라는 개념의 탄생 배경, 그리고 이 역할이 왜 앞으로 중요한 직업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장례의 정형성에서 기획성으로 – 유가족의 역할 변화

전통적인 장례에서 유가족은 주로 장례 절차에 맞춰 준비된 시스템을 따르는 입장이었다. 장례식장, 상조 서비스, 종교의식 등 대부분이 외부 업체나 종교기관에 의해 운영되며, 유가족은 그 흐름을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장례에서는 유가족의 선택과 개입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장례의 ‘형식’보다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인의 사진, 영상, 음성, SNS 기록 등을 어떻게 구성하고 보여줄지, 온라인 추모 공간은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지, 추모 메시지를 어떻게 시각화할지 등을 유가족이 직접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단순히 상주로서 의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삶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유가족에게 더 많은 책임을 주는 동시에, 고인의 삶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의 의미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장소, 색감, 음악 등을 바탕으로 디지털 추모 공간을 디자인하면, 추모의 깊이와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 즉, 유가족은 이제 기술과 감성을 조율해 ‘기억의 연출자’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 감정과 기술을 연결하는 직업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아직 공식적으로 자리 잡은 직업은 아니지만, 장례문화가 디지털화되면서 점점 현실적인 수요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직업은 단순한 IT 전문가나 장례지도사와는 다르다. 고인의 삶과 유가족의 감정을 반영하여, 디지털 추모 콘텐츠를 구성하고 공간을 설계하는 감성 기획자의 역할에 가깝다.

이들은 온라인 추모관의 시각 디자인부터 텍스트 구성, 고인의 생전 영상 편집, 음성 AI 복원 여부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조율한다. 또한 VR 기반의 장례식 공간을 구성하거나, 추모 행사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 등도 제안한다. 이러한 작업은 유가족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가 중간에서 조율해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한 사회에서는, 고인의 삶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가 점점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그 기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이 직업은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서사를 설계하는 감정 노동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유가족이 직접 디지털 장례를 기획할 때의 사례와 가능성

실제로 최근에는 유가족이 주도적으로 디지털 장례를 구성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장례식을 진행하며 자녀가 직접 유튜브 영상으로 생전의 모습을 편집하고, 고인이 평소 쓰던 문장을 AI 음성으로 변환해 마지막 인사를 전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 또, 고인의 블로그나 일기, 댓글 등을 정리해 온라인 추모 북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유가족이 디지털 장례의 ‘디자이너’ 역할을 수행하면서 얻는 심리적 효과도 크다. 단순히 장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삶을 창의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적으로 치유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청년층이나 MZ세대 유가족의 경우, 기존 장례 방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거부감이 있는 반면, 디지털 방식에는 친숙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유가족 중심 장례 기획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인의 삶을 서사화하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며, 참여형 장례 문화를 이끄는 주체로서 유가족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장례를 단순히 ‘마무리하는 절차’에서, 고인을 다시 조명하는 문화적 실천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의 미래 – 새로운 장례문화의 중심 직군이 될 수 있을까?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아직 제도권에서 정의된 직업군은 아니다. 그러나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사회의 지속이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 직업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례를 단순히 기능적 서비스가 아니라, 삶을 기록하고 구성하는 감성 콘텐츠로 인식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장례의 기획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장례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메모리북 설계 전문가’, ‘AI 음성 복원 큐레이터’, ‘가상공간 추모 연출가’ 등의 형태로 업무를 분화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이와 유사한 직업군에 대한 자격증 과정이나 교육 커리큘럼도 준비되고 있다. 이는 기존 장례지도사와는 전혀 다른 결의 감성 기반 전문 직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이 직업은 단순히 기술에 강한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인의 생애에 공감하고, 유가족의 감정을 세심하게 반영하며,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감정 조율자’로서의 능력이 요구된다. 즉,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감정과 기술을 동시에 다루는 복합형 전문가로서, 앞으로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어갈 중심 직군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