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례. 추모. 유언장. 메타버스.

디지털 유언장 작성법 - 내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남길가

rich-story12345 2025. 7. 1. 18:01

디지털 유산의 시대,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대인은 일상에서 수많은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유튜브에 기록하고, 또 누군가는 SNS에 감정을 남기며, 누적된 데이터와 디지털 계정은 결국 하나의 ‘디지털 자산’이 된다. 이러한 자산은 생전에 누리는 편의와 재미를 넘어서, 죽음 이후에도 남아 누군가에게 상속되거나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이 디지털 자산이 죽음 이후에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전통적인 유언장이나 상속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사전 준비가 매우 미비하다. 그러나 현실은 점점 변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주요 IT 기업들은 이미 ‘사망자 계정 관리 기능’을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디지털 유언장을 법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디지털 유언장 작성법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언장의 개념을 명확히 정리하고, 어떤 디지털 자산이 유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실제 작성 방법과 국내외 법적 기준, 그리고 현실적인 대비 방안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이제는 누구나 사망 이후에도 남겨질 자신의 ‘온라인 흔적’에 대해 준비해야 할 시점이며, 그 시작이 바로 디지털 유언장이다.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디지털 유산이란 고인이 사망한 후에도 온라인에 남아 있는 모든 디지털 형태의 자산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SNS 계정이나 이메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된 파일, 유튜브 수익 계정, NFT, 블로그, 쇼핑몰 포인트, 온라인 뱅킹 정보, 암호화폐 지갑, 도메인 소유권, 유료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하다. 이러한 자산은 현실의 유산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를 지닐 수 있으며, 감정적인 의미까지 함께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10년간 운영해온 블로그에는 수백 편의 글과 사진이 저장되어 있을 수 있으며, 그 블로그가 유료 광고를 운영 중이라면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또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지갑처럼 실제 금전적 가치가 큰 자산도 존재하며, 이들에 접근할 수 없다면 유족은 그 자산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이 고인의 사망과 함께 ‘사용 정지’되거나 ‘계정 폐쇄’ 처리된다는 점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은 일정 기간 계정 접속이 없으면 해당 계정을 삭제하거나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지만, 가족에게 권한이 자동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생전에 이러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리 권한을 어떻게 이전할지 명시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것이 바로 ‘디지털 유언장’의 핵심 기능이다.

 

 

디지털 유언장 작성 시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항목들

디지털 유언장은 단순히 ‘내 SNS 계정을 삭제해달라’는 지시만 담는 문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유언장이라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을 남겨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 목록화

어떤 플랫폼에 어떤 계정이 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구글, 네이버, 애플 ID, 각종 온라인 쇼핑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 계정별로 ID와 이메일을 기록하고, 접근 경로와 목적을 간략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접근 권한 및 전달 방식

로그인 정보는 직접 전달하기보다는 암호화된 메모나 비밀번호 관리자 프로그램(예: 1Password, Bitwarden)을 통해 전달되도록 한다. 만약 이 정보를 유족이 바로 접근하지 못할 경우, 제3자 보관 기관이나 변호사를 통해 전달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자산 가치 판단 및 분배 지시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채널, 블로그, 도메인 등이 있다면 해당 자산을 유지할 것인지, 매각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지시를 남긴다.

삭제 및 비공개 요청 항목

사망 후 공개되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나 민감한 기록에 대해서는 반드시 삭제 요청을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익명의 게시판 활동 기록이나 비공개 영상 등의 삭제를 지시할 수 있다.

지정 수탁자(디지털 실행자) 설정

고인의 뜻을 실제로 실행할 디지털 자산 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이는 법적 유산관리자와는 별도로 기술적 이해도가 있는 인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디지털 유언장은 단순한 문서 이상으로, 고인의 의사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국내외 디지털 유언장 관련 법적 기준과 플랫폼 정책

디지털 유언장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법제화가 미비한 상태다. 하지만 점차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몇몇 국가는 구체적인 법률로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RUFADAA(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라는 통일법안이 여러 주에서 채택되어, 유족이나 대리인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은 사망자가 사전에 플랫폼 내 설정 기능(예: 페이스북의 ‘추모 계정 지정자’)을 활용했거나, 디지털 유언장에 명시했을 경우, 대리인의 접근 권한을 보장해 준다.

반면, 한국은 아직 디지털 유산에 대한 구체적인 민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살아 있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망자의 계정에 대해 타인이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족이 사망자의 계정을 삭제하거나, 데이터를 요청하는 데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편, 주요 플랫폼들은 자체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 ‘Inactive Account Manager’를 통해 계정이 비활성화된 경우 지정된 사람에게 이메일, 드라이브, 유튜브 등 주요 데이터의 접근 권한을 자동으로 부여할 수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생전에 ‘Legacy Contact(추모 계정 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으며, 사망 증명서를 제출하면 계정이 ‘기념 계정’으로 전환된다.

애플: 2021년부터 ‘Digital Legacy’ 기능을 도입해, 가족이 사망자의 애플 ID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별로 사망자 처리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할 때에는 각 플랫폼의 가이드라인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디지털 유언장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실행하는 방법

디지털 유언장은 작성만큼이나 ‘보관’과 ‘실행’이 중요하다. 어떤 유언장도 사망 이후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며, 특히 디지털 유산은 빠르게 접근되지 않으면 영구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구글 계정은 18개월 이상 접속이 없으면 자동으로 삭제되며, 온라인 지갑이나 유료 서비스는 기간이 지나면 만료되거나 소멸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유언장을 보관하고 실행 준비를 해야 한다:

문서화 + 암호화

작성된 디지털 유언장은 반드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동시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문서화된 파일은 PDF 형태로 저장하고, 암호를 걸어 외부 접근을 막아야 한다. 종이로 출력한 문서는 공증을 받아 보관하면 법적 신뢰도가 높아진다.

변호사 혹은 디지털 유산 전문 기관 활용

유언장의 실행을 전문적으로 대행할 수 있는 기관이나 변호사와 미리 협의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암호화폐나 NFT 등 기술적 이해가 필요한 자산은 전문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열람 권한 부여

가족이나 지인 중 한 명에게 최소한의 정보(예: 유언장 위치, 열람 권한 등)를 공유해두고, 사망 시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단, 모든 정보(비밀번호 포함)를 사전 공개하지는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정기적인 업데이트

온라인 계정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변화한다. 따라서 디지털 유언장도 최소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삭제하거나, 새로운 자산을 추가로 등록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은 법률, 금융, 문화 전반에서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을 것이다. 디지털 유언장은 단순한 개인의 의사 표현이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지식 자산 관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