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서증후군(Trousseau’s Syndrome)은 악성 종양, 특히 췌장암·위암·폐암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특이한 과응고성 상태로, 반복적인 혈전 형성과 그로 인한 혈관성 부종, 신경 기능 저하를 특징으로 한다. 1865년 프랑스 의사 아르망 트로서(Armand Trousseau)가 처음 기술한 이후, 이 증후군은 종양 환자에서 뚜렷한 예후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악성 종양이 분비하는 점액질 단백질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혈액 응고계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면서, 전신의 동맥·정맥에 비전형적인 혈전이 다발적으로 형성된다. 뇌혈관이 침범되면 뇌경색이나 일과성 허혈 발작(TIA)이 발생하고, 말초 신경이 손상되면 감각·운동 기능 저하가 동반된다. 또한 림프·정맥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성 부종이 팔·다리뿐 아니라 얼굴, 경부에도 나타날 수 있어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혈전 예방, 원인 종양 치료가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발병 기전과 임상 양상
트로서증후군의 병태생리는 악성 종양이 전신 혈액응고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데 있다. 암세포는 점액질 단백질, 조직인자(Tissue factor), 암세포 프로코아귤런트(cancer procoagulant) 등을 분비해 혈액 내 응고 연쇄반응을 항진시킨다. 특히 점액성 선암(췌장, 위, 폐, 난소 등)은 강력한 과응고 인자를 생성하여 광범위한 혈전 형성을 유도한다.
혈전은 심부정맥, 표재정맥, 폐동맥만 아니라, 뇌혈관·망막혈관·장간막혈관 등 비전형적 부위에도 발생한다. 뇌혈관이 막히면 국소 신경학적 결손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여러 혈관 영역에서 다발성 뇌경색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말초혈관 혈전은 사지 부종과 통증, 피부색 변화로 나타난다. 혈관성 부종은 혈전으로 인한 정맥 흐름 장애만 아니라 림프관 압박·폐색으로도 발생하며, 종양이 직접 림프관을 침범한 경우 더 심각해진다.
신경 기능 저하는 주로 허혈성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뇌경색 후 마비, 감각 소실, 언어 장애가 남을 수 있으며, 말초 신경 허혈은 신경 전도 속도를 떨어뜨려 근력 약화와 감각 저하를 유발한다.
진단 절차와 감별 진단
트로서증후군은 단일 검사로 진단할 수 없으며, 임상 양상과 혈액·영상 검사 소견을 종합해 판단한다. 혈액검사에서는 D-이합체(D-dimer) 상승, 프로트롬빈 시간(PT)·활성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aPTT) 이상, 혈소판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종양 표지자 검사(CA 19-9, CEA, CA-125)는 원인 종양 추적에 유용하다.
영상검사에서는 뇌 MRI·MRA로 다발성 경색 병변을 확인하고, 정맥초음파와 CT정맥조영술로 사지 및 장기 정맥혈전을 탐지한다. 폐색전증이 의심되면 CT폐혈관조영을 시행한다. 원인 종양을 찾기 위해 복부·흉부 CT, PET-CT가 사용된다.
감별 진단에서는 비종양성 전신성 혈전증(항인지질증후군, 감염성 심내막염, 패혈증), 단일 부위 뇌경색, 유전성 혈전성향증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원인 종양이 발견되기 전에도 트로서증후군이 먼저 나타날 수 있어, 원인 불명의 다발성 혈전이 확인되면 반드시 종양 검색을 진행해야 한다.
혈관성 부종과 신경 기능 저하 관리
혈관성 부종 관리의 핵심은 혈전 예방과 순환 개선이다. 항응고 요법이 치료의 중심이며, 저분자량 헤파린(LMWH)이 표준으로 권장된다. 비타민 K 길항제(와파린)는 종양 환자에서 약물 상호작용과 불안정한 약물 농도 문제로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직접 경구용 항응고제(DOAC)가 일부 환자에게서 사용되지만, 위장관 종양 환자에게서는 출혈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혈관성 부종이 심한 경우, 탄력 스타킹이나 압박 붕대를 사용하고, 사지 거상, 림프 배액 마사지 등을 병행한다. 림프부종이 동반된 경우, 전문 물리치료사가 시행하는 복합 림프 배액 요법이 효과적이다.
신경 기능 저하 관리는 허혈성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맞춤화한다. 급성기 뇌경색 환자는 항응고 치료와 함께 재활치료를 조기에 시작해야 하며, 물리치료·작업치료·언어치료를 통해 기능 회복을 촉진한다. 말초 신경 허혈이 있는 경우, 전기 자극 치료와 근력 강화 운동이 도움 된다.
장기 관리와 예후 개선
트로서증후군의 장기 예후는 원인 종양의 치료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종양이 조절되지 않으면 항응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전 재발률이 높다. 따라서 혈전 관리와 종양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필수다. 종양의 수술적 절제,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사용이 혈전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환자는 장기적으로 항응고제를 유지하며,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해 혈전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장기간 항응고제 사용 시 출혈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용량 조절 또는 약제 변경을 고려한다.
생활 관리 측면에서는 수분 섭취 유지, 장시간 부동 상태 회피, 균형 잡힌 식단이 도움이 된다. 고위험 상황(수술, 장기 여행) 전후로는 예방적 항응고제를 투여하거나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심리·사회적 지원 역시 중요하다. 반복되는 혈전과 신경 후유증, 종양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정신적·육체적 부담이 크므로, 심리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 참여를 권장한다. 최신 연구에서는 종양 기인성 혈전의 분자 기전을 차단하는 신약 개발이 진행 중이며, 항응고제와 항암제 병용의 안전성·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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