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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외 희귀 질환인 진성 진행성 골화증(FOP)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
    국내외 희귀 질환 정보 2025. 9. 16. 15:00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극히 드문 유전적 질환 중 하나인 진성 진행성 골화증(FOP, 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은 세계적으로도 약 1~2백 명 정도만 보고된 초희귀 질환이다. 이 질환은 신체의 근육, 인대, 힘줄 등 연부조직이 점진적으로 뼈로 변해가는 병리적 과정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변성은 염증이나 외상, 단순한 근육 주사 같은 미세한 자극에 의해서도 유발되며, 결과적으로 환자는 점점 움직일 수 없는 ‘살아 있는 조각상’처럼 변하게 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소수의 사례만 보고된 바 있으며, 대부분은 아동기부터 증상이 시작되어 청소년기 또는 성인기에 심각한 운동 기능 장애를 겪게 된다.

    국내외 희귀 질환 진성 진행성 골화증(FOP)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

     

    이 질환은 ACVR1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인 골 형성과는 다른 경로로 비정상적인 이소성 골화가 촉진된다. 문제는 이 질환이 단순히 골격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흡근과 턱관절, 심지어 내장 주변 조직에까지 뼈가 자라나게 되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마저 잃게 되고, 이는 결국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FOP에 대해 알려진 치료법은 대부분 증상 완화에 머물러 있으며, 확실한 예후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전자 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FOP와 같은 단일 유전자 질환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FOP의 병리적 기전과 유전적 원인, 기존 치료법의 한계,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 접근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진성 진행성 골화증(FOP)의 임상적 특징과 유전적 원인

    FOP는 출생 시부터 일부 신체적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유아기 또는 아동기 초반에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양쪽 엄지발가락의 기형이며, 이는 임상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후 환자는 외상이나 감염, 단순 근육 주사 등 경미한 자극에도 근육 조직이 섬유화되고, 이어서 뼈로 변화하는 병태적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은 통증을 동반하며 염증 반응과 함께 국소적으로 시작되어 점차 전신으로 확산한다.

    이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ACVR1 유전자(또는 ALK2 유전자)의 돌연변이이다. 해당 유전자는 BMP(Bone Morphogenetic Protein) 신호 전달 경로에서 중요한 수용체 단백질을 생성하며, 뼈 형성과 관련된 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FOP 환자에게서는 이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로 인해, 정상적인 조절 없이 비정상적인 뼈 생성이 제한없이 유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돌연변이는 체세포 돌연변이가 아닌 선천성(유전성) 변이로, 대부분 자발적으로 발생하며 가족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의 단일한 이상이 전신적인 파괴를 불러오는 대표적 질환이라는 점에서, FOP는 유전자 치료의 중요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존 치료법의 한계와 보존 치료 중심의 대응 방식

    FOP의 병리 진행은 한 번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으며, 현재까지는 그 진행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치료는 증상 완화 및 보존적 접근에 한정되어 있다. 염증 반응이 시작되었을 때는 스테로이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를 투여해 염증을 완화하고,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일시적일 뿐, 궁극적으로 골화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

    수술적 접근은 오히려 금기시되는 경우가 많다. FOP 환자에게서 외과적 절개나 조직 절단은 오히려 추가적인 골화를 유발하는 유발인자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뼈가 자라난 부위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거나 재건하는 방식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는 호흡 보조기나 이동 보조기구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환자 본인의 운동성이 급속도로 저하되는 특성상, 생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적 대응조차 점차 어려워진다.

    이러한 이유로 FOP는 전 세계적으로도 치료가 가장 어려운 유전 질환 중 하나로 분류되며, 의료적 개입보다는 증상의 진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적 관리가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낙상 예방, 백신 접종 시 근육이 아닌 피하 투여 방식 선택, 수술 및 치과치료 회피 등이 그것이다.

     

    유전자 치료 기술의 발전과 FOP 치료 가능성

    최근 유전자 치료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FOP와 같은 단일 유전자 질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RNA 간섭(RNAi) 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거나 변이를 교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기술은 ACVR1 유전자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거나 정상 기능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0년대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FOP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 다수 진행 중이다. 특히 제약사 Ipsen은 ACVR1 억제제를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을 FDA와 EMA의 희귀 질환 치료제(Orphan Drug)로 등록하고 개발하고 있으며, Regeneron 등의 생명공학 기업도 항체 치료 기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실험에서는 ACVR1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이소성 골화가 현저히 감소하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다만 유전자 치료는 그 기술적 복잡성과 윤리적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 대중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체내 유전자 편집이 가져올 비의도적 유전자 손상(off-target effect) 가능성과 면역 반응 유발 등은 안전성 문제로 지적된다. 그런데도 FOP는 현재 존재하는 어떤 치료도 효과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혁신적 치료 기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진단 현실과 유전자 치료의 도입 가능성

    국내에서는 FOP에 대한 진단 사례가 극히 드물며, 의료계 전반에서도 인식 수준이 낮은 편이다. 일부 대학병원 유전학 클리닉에서 간헐적으로 진단된 사례들이 있으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진단 지연 또는 오진의 위험이 높다. 특히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이거나, 단순 외상 후 조직 비대 등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정확한 유전자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FOP를 포함한 희귀 유전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 접근성이 과거보다 개선되었지만, 치료 측면에서는 아직 한계가 명확하다. 유전자 치료는 고가의 비용과 복잡한 승인 절차,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희귀 유전 질환을 대상으로 한 정밀 의료 기반 플랫폼과 환자 등록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점차 해당 치료법의 임상적 접근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FOP는 유전 질환이라는 특성상, 본인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 대한 유전자 상담 및 예방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가족 단위 유전자 검사, 예비 보인자 관리, 환자 데이터 수집을 통한 치료 반응 예측 등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의료계 역시 FOP를 단순한 난치병이 아닌, 미래 유전자 치료의 시험대로 삼을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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