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희귀 질환인 스틸병 성인형 환자의 전신 염증 조절과 합병증 예방 전략
스틸병 성인형(Adult-onset Still’s Disease, AOSD)은 전신성 염증 반응이 특징인 드문 자가염증성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만 명당 약 0.16~0.4명에서 발병하는 희귀 질환이다. 주로 16세 이후 성인에서 나타나며,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선천면역계의 비정상적 활성화와 염증성 사이토카인(특히 인터루킨-1, 인터루킨-6)의 과도한 분비가 핵심 병리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 초기에는 고열, 피부 발진, 관절통이 대표적으로 나타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간·비장 비대, 심막염, 흉막염 등 전신 장기 침범이 동반될 수 있다.
스틸병 성인형은 다른 류머티즘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으며, 조기 치료가 지연되면 만성 관절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염증 조절, 장기적인 합병증 예방 전략이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 본 글에서는 스틸병 성인형의 발병 기전과 전신 염증 조절 방법, 합병증 예방을 위한 최신 치료 전략을 정리한다.
발병 기전과 임상 양상
스틸병 성인형은 자가면역 질환과 달리 항체 생성보다는 선천면역계의 과활성화가 주요 기전이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해,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인터루킨-1β, 인터루킨-6, 인터루킨-18과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급격히 분비된다. 이에 따라 고열, 전신 발진, 관절염, 장기 염증이 발생한다.
임상적으로는 하루 한 번 이상 39℃를 넘는 고열이 1주 이상 지속되며, 발열과 함께 연어빛 또는 분홍색의 구진성 발진이 몸통과 팔다리에 나타난다. 발진은 발열기에만 나타나고,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관절통은 주로 무릎, 손목, 발목, 팔꿈치에 나타나며, 수주 이상 지속되면 관절염으로 진행한다.
혈액검사에서는 백혈구 증가, C-반응단백(CRP)과 적혈구침강속도(ESR)의 상승, 페리틴 수치의 현저한 증가가 특징적이다. 자가항체(ANA, RF)는 대부분 음성이라 다른 류머티즘 질환과 구별된다. 질환은 급성 단일 발작형, 다발성 재발형, 만성 관절염형 세 가지로 분류되며, 유형에 따라 예후와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진단 절차와 감별 진단
스틸병 성인형은 특이한 단일 검사로 진단할 수 없으며, 야마구치(Yamaguchi) 진단 기준이나 페티(Petty) 기준과 같이 임상 증상과 검사 소견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야마구치 기준은 주요 증상(39℃ 이상의 발열, 전신 발진, 관절통, 백혈구 증가)과 부가 증상(인후통, 간·비장 비대, 간기능 이상, 음성 자가항체 검사 등)을 조합해 진단한다.
감별 진단에서는 감염성 질환(세균성 심내막염, 결핵, 바이러스성 간염), 악성 종양(림프종, 백혈병), 다른 자가면역 질환(전신홍반루푸스, 류머티즘관절염)을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특히 발열과 발진, 관절통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감염성 질환을 먼저 배제한 뒤 류머티즘 질환 평가로 넘어가는 것이 안전하다.
영상검사에서는 관절염 여부와 장기 침범 평가를 위해 초음파, MRI, CT가 사용된다. 심막염이나 흉막염이 의심되면 심장초음파나 흉부 CT를 시행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조기 진단이 어려워 증상 발현 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확진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의심 단계에서 전문의의 면밀한 평가가 중요하다.
전신 염증 조절과 표준 치료
스틸병 성인형의 치료 목표는 염증 반응을 신속하게 억제하고, 장기 손상을 예방하며, 환자의 기능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초기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가 사용되며, 반응이 불충분하거나 중증인 경우 전신 스테로이드(프레드니솔론 등)를 투여한다.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거나 장기 침범이 심한 경우 면역억제제(메토트렉세이트, 아자티오프린, 시클로스포린)를 병용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인터루킨-1 억제제(아나킨라, 카나키누맙)와 인터루킨-6 억제제(토실리주맙)는 급성 염증을 빠르게 조절하고, 스테로이드 의존성을 줄이며, 장기 손상 위험을 낮춘다. 생물학적 제제는 특히 고페리틴혈증과 전신 염증이 심한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체온, 발진 양상, 관절 증상, 혈액검사 수치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약물 반응과 부작용을 평가한다.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경우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예방을 위한 보조 치료가 필요하다.
합병증 예방과 장기 관리 전략
스틸병 성인형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은 거대포식세포활성화증(Macrophage Activation Syndrome, MAS)이다. MAS는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혈구 감소, 간부전,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하는 응급 상태로, 발열 재상승, 간기능 급격한 악화, 혈소판 감소, 고트리글리세리드혈증이 나타나면 즉시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기타 합병증으로는 심막염, 심근염, 흉막염, 간질성 폐질환이 있으며, 이는 장기 기능 저하와 사망 위험을 높인다. 합병증 예방을 위해 주기적인 심장초음파, 폐기능검사, 간기능검사를 시행한다.
장기 관리에서는 환자 교육이 중요하다. 발열, 발진, 관절통, 호흡곤란, 전신 피로가 악화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안내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감염 예방(예방접종, 손 위생)이 도움이 된다.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결핵, B형 간염 재활성화를 예방하기 위해 치료 전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리·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 만성 질환으로 인한 우울증, 불안,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 상담 치료와 환우 모임 참여를 권장한다. 최신 연구에서는 조기 생물학적 제제 사용이 장기 예후를 개선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어, 향후 치료 지침의 변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