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희귀 질환인 헌팅턴병 증상과 관리법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게 발생하는 유전성 뇌 질환인 헌팅턴병은 환자와 가족의 삶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질환은 단순한 운동 기능 저하로만 끝나지 않고, 인지 능력, 감정 조절, 신경 반응까지 폭넓게 파괴하면서 점진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특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헌팅턴병에 대한 인식이 낮고,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헌팅턴병은 주로 유전적으로 발생하며, HTT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발병한다. 발병 이후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며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수반한다. 문제는 환자 본인이 증상을 인지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이상을 감지하거나, 초기 증상이 다른 질환으로 오해되어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헌팅턴병의 대표적인 증상부터 진단 경로,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가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희귀 질환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 전략을 함께 제시하려 한다.
신경계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헌팅턴병의 대표 증상들
헌팅턴병은 단일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복합 질환이다. 가장 먼저 관찰되는 변화는 감정 기복, 우울증, 충동 조절 장애 등과 같은 정신적인 변화다. 이 시기의 증상은 일반적인 심리적 불안정과 혼동되기 쉬워,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병이 점점 진행되면서, 무도증이라 불리는 불수의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이는 점차 일상생활에 큰 방해가 된다. 걷는 자세가 불안정해지고, 손을 떨거나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며, 결국 자가 보행조차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지 기능 저하 또한 병의 중기 이후에 뚜렷하게 나타나며,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거나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환자 중 일부는 언어 능력이 저하되어 말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단어 선택이 제한되며, 진행이 심화할 경우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신체적 이상과 정신적 변화를 동시에 겪는다는 점이며, 이것이 헌팅턴병을 일반적인 퇴행성 뇌 질환과 구별되는 기준으로 만든다.
진단 과정과 국내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헌팅턴병은 비교적 명확한 유전자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희귀 신경 질환에 비해 확진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 본인과 가족이 초기 증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정신과적 문제로 오해해 치료 방향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진단 절차는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 평가를 시작으로, 뇌 MRI 및 CT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혈액 검사를 통해 HTT 유전자의 반복 서열 이상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국내에서는 헌팅턴병이 ‘희귀질환 산정 특례’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진단이 확정되면 일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검사 비용 자체가 부담되는 경우도 많고, 초기 증상을 모호하게 표현하는 환자 특성상 진료 과정에서 의심 자체가 되지 않는 사례도 존재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가볍더라도 조기에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야 하며, 해당 정보를 사전에 준비해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것이 빠른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 방법과 증상 완화 전략
현재 헌팅턴병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증상 관리와 기능 저하 지연이 중심이 되는 치료 목표다. 이 질환은 신체 기능뿐만 아니라 감정, 행동, 인지능력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한 약물 처방만으로는 관리가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관리 전략은 정기적인 신경과 및 정신과 진료 유지, 환자 맞춤형 운동, 그리고 보호자의 감정 케어다. 집 안에서는 낙상 방지를 위한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며, 복잡한 구조보다는 단순한 가구 배치와 손잡이 설치가 권장된다. 식사 시에는 삼킴 장애를 고려해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조리하고, 경우에 따라 연하 치료사의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운동은 강도 높은 활동보다는 요가, 스트레칭, 천천히 걷기 같은 저강도 반복 운동이 뇌신경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사소통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음성 변환 앱이나 시각적 상징 도구를 미리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정서적 환경 조성이 장기적 관리의 핵심이다.
보호자와 가족을 위한 실질적 조언과 지원 제도 활용
헌팅턴병은 단순한 개인 질병이 아닌 가족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경향이 강하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신체적 피로는 물론 정신적 소진까지 겪는 일이 많으며, 이에 따라 환자-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병 초기부터 지역 복지기관, 희귀질환 전문 상담소, 병원 내 사회복지사 등과 연계하여 지원 체계를 구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헌팅턴병 환자에게 산정 특례를 통해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중증 등록 시 간병인 서비스 신청도 가능하다. 보호자는 감정 소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다른 보호자들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함으로써 정신적 고립을 피할 수 있다. 환자가 병의 진행으로 판단 능력이 저하되기 전에, 법적으로 의사 결정권을 위임하거나, 치료 방향에 대해 사전 지시서를 작성해 두는 것도 바람직한 준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전체가 병의 진행을 함께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나누는 공동 대응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