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례-추모, 유언장, 메타버스, 블록체인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 현황과 미래 전망

rich-story12345 2025. 7. 2. 09:22

장례산업의 새로운 진입자, 스타트업이 장례를 바꾸고 있다

장례는 오랜 세월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산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시신을 다루는 민감한 절차, 종교적 의식, 유족의 감정 등이 얽혀 있어 외부의 변화가 쉽게 침투하지 못하던 분야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보수적인 장례 산업에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면 장례 절차의 한계를 드러냈고, 이로 인해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장례 시스템, 디지털 추모, AI 기반 유산 관리 등의 기술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은 장례라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단순화하고 자동화하며, 동시에 감정과 윤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지 온라인 분향소에 그치지 않는다. 생전 유언장 기록, 디지털 자산 분배, 고인 음성 복원, 메타버스 장례 공간 구축, AI 기반 조문 메시지 생성 등 죽음을 기억하고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의 현재과 미래

 

이 글에서는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주요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의 서비스 현황과 기술적 방향성을 살펴보고, 이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어떤 흐름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이 산업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지 전망해본다. 장례는 더 이상 전통만의 영역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장례는 스타트업의 손에서 완전히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의 등장 배경과 기술 트렌드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변화가 존재한다. 첫째,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장례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일본, 독일, 한국처럼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에서는 장례 관련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기존 장례 시스템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비대면 문화의 확산 역시 디지털 장례 서비스의 필요성을 가속화시켰다. 코로나19는 대면 조문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었고, 온라인으로 추모하는 형태가 주류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장례관 변화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30 세대는 죽음을 더 이상 금기시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과 죽음을 기록하고 설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SNS, 유튜브, 이메일, 암호화폐 지갑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생전에 관리하고, 죽음 이후에도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수요는 기술 기반 장례 서비스가 필요한 환경을 만들었다.

기술적으로 보면,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 중이다:

  • AI 음성 복원 및 고인 챗봇 생성
  •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유산 저장소
  •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 및 법률 연동
  • 온라인 추모 공간 및 가상 헌화 기능
  • NFT 기반 영구 기념물 생성
  • 메타버스 기반 장례식장/추모관 구축
  • 사망 이후 자동 이메일/영상 메시지 발송 서비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시스템 개발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결된다.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은 바로 이 감성기술(Empathetic Tech)의 영역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 주요 사례

전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은 다양하며, 이들은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주요 글로벌 사례들이다.

SafeBeyond (이스라엘)

SafeBeyond는 사용자가 생전에 자신의 메시지를 영상·음성·글 형태로 저장하고, 사망 후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지정된 사람에게 전송하는 디지털 타임캡슐 서비스다. 예를 들어, 자녀의 생일이나 졸업식 날에 고인의 메시지를 자동 발송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개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의미 있는 순간에 전달함으로써 감동과 연결감을 유지시킨다.

GoodTrust (미국)

GoodTrust는 사용자의 전체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고 사망 시점에 따라 SNS 계정 폐쇄, 유산 분배, 클라우드 자료 이관 등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애플 계정 연동 기능이 탁월하며, 법률 전문가와 연계한 유언장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 내 수많은 가정이 GoodTrust를 통해 ‘디지털 상속 설계’를 하고 있다.

Eternime (미국, 운영 종료)

비록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지만, Eternime은 AI 기술을 활용해 고인의 대화 패턴, 말투, SNS 활동을 기반으로 AI 챗봇을 생성하여 유족이 고인과 가상의 대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실험적 스타트업이었다. 이 서비스는 기술적 완성도와 윤리적 이슈를 동시에 논의하게 만든 상징적 프로젝트로 남아 있다.

MyWishes (영국)

MyWishes는 사전 장례 계획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장례 방식, 의식, 음악, 기부처 등을 미리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생전에 자신의 죽음에 관한 모든 지침을 저장할 수 있으며, 사망 시 유족이 그 지시에 따라 장례를 준비하게 된다. 영국 정부도 이 서비스를 디지털 유언의 대중화 모델로 인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Memories, 일본의 LivWell, 호주의 Memento 등이 각자의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은 이미 하나의 산업군으로 정착하고 있는 단계다.

 

 

국내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과 제도적 한계

한국에서도 디지털 장례 관련 스타트업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문화적, 시장적 측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몇 가지 고유의 제약이 존재한다.

디지털 장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한국은 여전히 죽음을 터부시하거나 가족 내에서만 다뤄야 할 사적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 결과 장례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어렵고,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이 높다.

관련 법률의 부재와 모호성

디지털 유언장이나 디지털 자산의 상속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법적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상속법 등 다양한 법률이 얽혀 있어 해석이 복잡하다.

기존 장례 업계의 반발과 폐쇄성

전통 장례식장 및 관련 조합은 새로운 기술이나 외부 스타트업의 진입을 견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유족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중요한 수익 구조로 삼는 전통 업체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간접 서비스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은 비대면 조문 서비스, 온라인 추모관 구축, 디지털 헌화 기능 등을 도입하고 있으며, 점차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법률 스타트업, AI 음성 기술 기업, 블록체인 기반 보안 스타트업 등이 디지털 장례 시장과의 융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의 미래와 글로벌 전망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정교하고 감성적인 서비스 중심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는 데이터 보관과 절차 중심의 서비스가 주를 이루었지만, 향후에는 감정적 치유의미 중심의 기억 아카이빙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예를 들어, AI 챗봇은 단순한 대화 복제에서 벗어나, 고인의 세계관이나 철학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로 발전할 수 있다. 메타버스 장례식장은 3D 공간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기리는 공동체의 장이 될 수 있으며, 고인의 영혼을 가상 공간에서 상징적으로 안식시키는 새로운 의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고인의 유산이나 유언장을 영구적으로 기록하고, 누구도 위조할 수 없는 디지털 사후 기록 시스템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기술적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죽음이라는 주제에 윤리적 정교함과 문화적 민감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 산업은 단순한 장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민을 포함한다.

앞으로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은 단지 ‘죽음을 처리하는 산업’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설계하는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장례 스타트업이 기존 장례 산업을 뛰어넘어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혁신 산업으로 성장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