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례

디지털 장례 국제 표준화와 글로벌 협력 사례 UN ISO EU 중심 분석

rich-story12345 2025. 7. 18. 13:37

디지털 장례라는 개념이 이제 특정 국가의 기술적 시도에서 벗어나, 국경을 넘는 글로벌 장례문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과거 장례문화는 물리적 공간과 가족 중심의 공동체 의례에 한정되었지만, 현재는 고인의 디지털 자산, 온라인 추모 공간, AI 기반 복원 콘텐츠 등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새로운 과제를 낳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SNS,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 등은 사망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소유권과 접근 권한은 플랫폼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유산이 국가 간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장례 국제 표준화와 글로벌 협력 사례 UN ISO EU 중심

 

 

특히 국제 플랫폼(구글, 페이스북, 메타 등)이 보유한 사망자 데이터가 어느 국가의 법률을 따르느냐, 유족이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복잡한 법적, 윤리적 쟁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표준화 기구(ISO), 유엔(UN), 유럽연합(EU) 등은 디지털 장례와 유산 관리의 국제 규범 정비를 시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례의 글로벌 전환을 둘러싼 국제 협력 사례, 표준화 논의, 그리고 실질적 제도화의 방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자 한다.

 

 

유엔, EU, ISO에서 시작된 디지털 사망 관련 제도 논의

디지털 장례가 국가마다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기구들은 디지털 사망 관련 정책의 글로벌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 유엔은 2022년부터 ‘디지털 인권 및 사후 개인정보 보호’를 의제로 채택하여, 사망자 데이터의 보존·삭제 권한을 누가 갖는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디지털 유산도 인권의 일부로 간주하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은 GDPR(일반 개인정보 보호법)을 기반으로 사망자 정보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예: 프랑스, 독일)는 사망 이후의 데이터 관리 방식에 대해 독자적인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실제로 ‘고인의 페이스북 계정 접근 권한’을 유족에게 부여한 판결을 한 사례가 있다. EU 차원에서는 현재 사망자 계정의 자동 폐쇄, 추모 모드 전환, 유족 인증 시스템 등 ‘플랫폼 공통 규정’을 마련 중이다.

ISO는 장례 정보 표준화 위원회를 통해 ‘사망 인증 코드’, ‘디지털 유산 이관 프로토콜’, ‘추모 데이터 포맷’ 등 실질적인 기술 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ISO/TC 46(SC11)은 2024년부터 디지털 기록의 장기 보존과 삭제 기준을 설정하는 국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다. 이는 앞으로 플랫폼 개발사들이 디지털 장례 시스템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국제 기술 기준’이 될 수 있다.

 

 

국가 간 사망자 정보 연계 시스템과 협업 구조

국가마다 사망자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적 협력이 없으면 유족은 고인의 정보를 복구하거나 삭제하기 어렵다. 특히 고인이 다국적 플랫폼에 가입한 경우, 유족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제삼자’로 분류되어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국가들은 디지털 장례와 관련된 양자 협정 및 인증 절차를 시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eIDAS(Electronic IDentification and Trust Services) 체계를 통해, 사망자의 공공 기록을 플랫폼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이는 사망 인증을 디지털 방식으로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첫 번째 기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023년부터 디지털 유산과 관련된 플랫폼 접근 권한을 상호 인정하는 양자 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재 디지털 사망자 데이터의 인증 체계가 아직 미비하며, 국제 협력보다는 내부 플랫폼 규칙에 의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 간 협업 없이는 유족이 사망자 계정을 정리하는 데 있어 시간적, 감정적, 법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망자의 신분 인증, 계정 해지 요청, 추모 전환 등과 관련된 국제 통합 포맷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각국 정부만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의 참여가 핵심이다.

 

 

디지털 장례 플랫폼의 국제 인증 모델과 플랫폼 책임

디지털 장례가 특정 국가의 플랫폼이 아닌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기술적 의무도 국제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메타(구 페이스북)는 사망자의 계정을 ‘추모 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족에게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 적용 기준은 지역마다 상이하고 불투명하다. 구글은 생전 사용자 설정을 통해 사망 시 자동 삭제나 위임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 역시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이러한 플랫폼의 자율 규정은 국가마다 다른 법률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으며,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플랫폼이 국제 인증을 받고, 사망자 데이터 보호 및 유가족 지원 절차에 대해 공식 표준화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현재 ISO는 '디지털 사망 계정 관리 국제 인증 시스템'에 대한 제안서를 받아 검토 중이며, 일부 국가는 이를 국가 정책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사망자 계정 처리 기준을 만족한 플랫폼에 ‘디지털 애도 인증마크’를 부여할 예정이다. 이는 마치 HTTPS 보안 인증처럼 사용자가 플랫폼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국제 표준화가 만드는 미래의 디지털 장례 환경

국제 협력과 표준화가 정착되면, 디지털 장례는 지금보다 훨씬 통합적이고 안전한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먼저, 사망자 계정은 자동으로 공공기관과 연동되어 인증되고, 유족은 간단한 인증만으로 플랫폼 접근 권한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법적 다툼이나 서류 준비 절차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디지털 유산 관리 시스템은 생전 작성된 디지털 유언장이나 추모 콘텐츠 예약 기능과 결합하여, 고인이 직접 추모 방식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AI가 고인의 영상과 음성을 복원해 추모일에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는 이미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더 정교하게 발전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변화가 단순히 기술적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디지털 고인의 권리, 유족의 감정적 케어, 데이터 윤리와 프라이버시 보호 등은 법 제도와 기술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한 문제다. 디지털 장례의 국제 표준화는 단지 데이터의 호환성 확보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과 추모의 문화적 재구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