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례-추모, 유언장, 메타버스, 블록체인

디지털 장례와 탄소중립 추모 방식의 기술적 전환

rich-story12345 2025. 7. 6. 20:31

현대 사회에서 장례는 단순히 죽음을 마무리하는 절차를 넘어, 인간과 사회, 그리고 환경이 맞닿는 복합적인 의례로 재해석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전 지구적으로 대두되면서, 기존의 장례 방식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커지고 있다. 화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매장 시 사용되는 자재의 생분해 문제, 장례식장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 등은 모두 무시할 수 없는 환경 비용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개념이 바로 디지털 장례다. 디지털 장례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장례 의례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디지털 장례와 탄소중립 추모 방식

 

이러한 장례 방식은 물리적 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장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례가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탄소 배출 없는 지속 가능한 추모 방식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기술적·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전통 장례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구조적 한계

장례 산업은 오래전부터 고정화된 의례 구조를 유지해 왔다. 매장 중심의 장례는 넓은 부지와 석재, 시멘트, 방부 처리된 목재 관 등을 필요로 하며, 이는 토양 오염과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화장은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간주되었으나, 최근에는 화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수은 가스 등 유해 물질이 대기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또한 장례식장 운영에 필요한 냉난방 에너지, 차량 이동에 따른 연료 소비, 조문객이 사용하는 생화 및 일회용 식기 등도 종합적으로 볼 때 상당한 환경 비용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장례식이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250kg에 달하며, 이는 중형 차량이 약 1,000km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과 유사하다. 이러한 현실은 장례라는 의례조차 더 이상 환경과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전통 장례의 환경적 지속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장례가 줄이는 탄소 배출과 자원 소비

디지털 장례는 장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활동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체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고인의 추모식은 생중계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유족과 조문객은 온라인 추모관에서 헌화, 영상 메시지, 추모 글 등을 비대면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방식은 장례식장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사용을 줄이며,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전기 사용과 부대 서비스(조화, 음식, 부의금 접수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특히 고인의 프로필 페이지, AI 기반 회고 영상, 온라인 영정사진 아카이브 등의 디지털 콘텐츠는 종이 인쇄물과 영상 제작에 소모되는 자원을 대체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메모리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여, VR 기반으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실물 공간과 부대설비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디지털 장례 플랫폼은 서버 기반으로 작동하긴 하지만, 탄소 중립형 클라우드 인프라를 선택하면 서버 운영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장례는 전통 장례와 비교해 70%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며, 기술 기반의 환경 배려형 추모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속 가능한 장례 문화를 위한 기술적 기반과 사례

디지털 장례의 환경적 효용은 기술적 기반 위에서 실현된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서버를 사용하는 플랫폼은 전력 소비를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실질적으로 상쇄한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분산형 저장 기술은 고인의 데이터 아카이빙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서버 과열을 방지하는 냉각 기술을 동반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고인의 생전 콘텐츠를 자동 편집해 추모 영상으로 전환하거나,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 유언을 저장하고 인증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을 줄이면서도 유족의 정서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실질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Eterneva’가 있다. 이 회사는 고인의 유골에서 탄소를 추출해 다이아몬드로 전환함으로써, 매장이나 화장 대신 새로운 방식의 메모리 방식을 제시한다. 일본의 ‘LivOn’은 온라인 헌화 시스템을 제공하며, 종이 부고장과 장례식장 참석 없이 모든 절차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와 스타트업이 생중계 장례 서비스와 함께 친환경 장례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장례가 친환경 정책과 연계되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

 

 

환경 중심의 디지털 장례 확산을 위한 제도적 과제

디지털 장례의 환경적 효과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현행 장례 관련 법규는 대부분 물리적 장례 절차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디지털 장례를 정식 의례로 인정하거나 제도화하는 규정이 미흡하다. 둘째, 디지털 추모 방식에 대한 공공 인식이 아직 낮아, 친환경적 이점에 대한 정보가 일반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인식 개선 캠페인, 지자체의 장례비 지원 제도에 디지털 방식 포함, 탄소 절감 장례 서비스 인증제 도입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종교적·문화적 요인도 고려되어야 한다. 많은 전통 종교와 지역사회에서는 물리적 의례를 생명주기의 핵심 요소로 보기 때문에, 디지털 방식이 정서적으로 낯설 수 있다. 따라서 환경적 설득력을 기반으로 하는 다층적 접근, 예를 들어 온·오프라인 병행 장례 시스템이나 친환경 장례 교육과정의 도입이 고려될 수 있다. 디지털 장례는 단지 편의성의 선택지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의 마무리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제도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탄소 없는 장례는 선택이 아니라 생태적 책임의 표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