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희귀 질환인 저메틴 결핍증(Jarrettin Deficiency)의 유전적 원인과 대사 기능 관리 전략
신경 발달 지연, 언어 장애, 반복되는 경련,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인지 저하를 보이는 소아 환자들이 있다. 이처럼 뚜렷한 구조적 이상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발달 전반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단순한 신경 질환이 아니라 대사 기능 장애를 포함한 희귀 유전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뇌 내 크레아틴 대사 이상이 주원인으로 작용하는 저메틴 결핍증(Jarrettin Deficiency)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저메틴 결핍증은 크레아틴의 합성 또는 수송에 관여하는 대사 경로에 이상이 생겨 뇌의 에너지 공급 체계가 무너지는 질환이다. 크레아틴은 근육뿐만 아니라 뇌에서 에너지 생산과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기능이 손상되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질환은 보통 생후 6개월에서 3세 사이에 나타나며, 초기에는 단순한 언어 지연이나 인지 저하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 발달 지연, 자폐 스펙트럼 유사 행동, 뇌전증 발작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특히 국내에는 알려진 사례가 거의 없고, 해외에서도 100건 내외로 보고된 바 있어 극 희귀 질환으로 분류된다. 또한 혈액 검사나 일반적인 뇌 영상 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워, 고도의 생화학적 분석과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면 크레아틴 보충요법, 식이조절, 신경재활 등을 통해 증상의 악화를 막고 일부 기능 회복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개입이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본 글에서는 저메틴 결핍증의 원인 유전자와 병태생리, 주요 증상, 진단 방법, 그리고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는 치료 및 관리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공한다. 이 희귀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현실에서, 보다 많은 의료인과 보호자들이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저메틴 결핍증의 병태생리와 유전적 원인
저메틴 결핍증은 크레아틴 생합성과 수송 체계의 결함으로 인해 뇌 내 크레아틴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크게 세 가지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는데, 각각의 유전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뇌의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준다. 첫째, GAMT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크레아틴 생합성 과정 중 마지막 단계를 방해한다. 둘째, GATM 유전자의 이상은 크레아틴의 전구체인 구아니디노아세트산(GAA)의 생성을 차단한다. 셋째, SLC6A8 유전자의 이상은 생성된 크레아틴을 뇌로 운반하는 수송체의 기능을 손상한다.
이 중 SLC6A8 유전자 결함은 X-염색체 연관 열성 유전 방식으로 나타나며, 특히 남아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병한다. 반면, GAMT나 GATM의 변이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이므로, 양쪽 부모가 모두 보인자일 경우 자녀에게서 질환이 발현될 수 있다. 이 질환에서 중요한 병태생리는 뇌세포 내 ATP 생성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크레아틴은 ATP를 ADP에서 재합성하도록 돕는 에너지 저장 분자로, 특히 뇌세포처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조직에서 필수적이다.
크레아틴이 부족하면 뉴런의 흥분 전달과 시냅스 형성, 뇌세포 내 칼슘 조절, 그리고 신경 전도에 필수적인 이온펌프의 기능도 저하된다.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행동 변화, 학습 장애, 경련성 질환, 근긴장 저하 등의 다양한 증상으로 연결된다. 크레아틴의 결핍 정도가 높을수록 인지 기능 저하가 심해지고, 보행이나 자세 조절 같은 운동 기능도 악화한다.
이 질환의 또 다른 특징은 생화학적 지표로 혈액이나 소변에서 크레아틴 농도, GAA 농도, 크레아티닌 비율 등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순한 혈액검사만으로는 확진이 어려우며, 종합적인 유전자 분석과 뇌 자기공명 분광법(MRS)을 병행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주요 임상 증상과 진행 경과
저메틴 결핍증의 증상은 생후 초기부터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생후 6개월에서 2세 사이에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지 않거나, 명확한 언어 지연과 인지 지연을 보인다. 특히 언어 표현 능력보다 수용 언어 능력(이해력)이 더 낮게 나타나며, 단어 수가 늘지 않고 간단한 문장도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 기능 저하 외에도 경련성 발작(epileptic seizure)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대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형태인 경우가 많다. 발작은 전신 강직-간대성 발작, 결신 발작, 혹은 뇌전증 증후군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유사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반복적 행동, 감각 민감성도 동반된다.
운동 발달 지연 또한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환자는 목 가누기, 앉기, 서기, 걷기 등의 발달 이정표를 또래보다 훨씬 늦게 달성하며, 근긴장 저하(hypotonia)로 인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앉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는 보행을 시작한 후에도 균형 감각이 약하거나, 손 기능이 불안정하여 일상 동작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SLC6A8 결핍 환자의 경우, 남아는 중등도~중증의 지적 장애를 보이지만, 여성은 보인자이지만 경미한 증상(언어 지연, 학습장애 등)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증상의 정도와 패턴은 유전자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맞춤형 평가와 치료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진단 방법과 조기 발견의 필요성
저메틴 결핍증의 조기 진단은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일반적인 뇌 MRI나 혈액검사로는 이상 소견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의심 될 경우 반드시 전문적인 대사 및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진단 과정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임상적으로 언어 지연, 발달 지연, 발작, 행동 문제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소변과 혈액에서 크레아틴, 크레아티닌, GAA 수치를 측정한다.
다음으로는 뇌 자기공명 분광법(MRS)을 활용하여, 뇌 내 크레아틴 농도를 직접 측정한다. 이 영상 기법은 일반 MRI와 달리 뇌의 화학적 대사 상태를 시각화할 수 있어, 저메틴 결핍증에서 특징적인 크레아틴 피크의 결손을 보여준다. MRS는 특정 병원에서만 시행할 수 있는 고급 검사이기 때문에, 희귀 질환 진단 경험이 풍부한 기관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확진을 위해 유전자 검사가 이루어진다. 현재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의 보급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빠르게 SLC6A8, GAMT, GATM 유전자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족 내 유전력 확인과 향후 유전 상담을 위해 부모와 형제자매에 대한 동시 검사도 권장된다.
조기에 진단이 이루어질 경우, 치료 효과가 높고 예후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료진은 단순한 발달 지연 아동이라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 희귀 대사질환에 대한 감별 진단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 및 장기 관리 전략
저메틴 결핍증의 치료는 유전자 치료가 아닌 대사 기능 보완 및 신경 재활 중심의 보존 치료가 핵심이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크레아틴 보충 요법으로, 하루 수 회에 걸쳐 크레아틴 단독 혹은 타우린, 오르니틴, 베타인과 함께 투여한다. 이 요법은 뇌 내 크레아틴 농도를 증가시켜 뉴런의 에너지 대사를 보완하고, 인지 기능 및 행동 장애를 일부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GAMT 결핍 환자의 경우에는 GAA 축적을 막기 위한 저단백 식이요법과 함께 나트륨벤조산 투여가 병행되며, 이는 간 독성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발작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경련제를 투여하지만, 이 질환에서 사용하는 약물은 간 대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일부 환자에게는 레비티라세탐, 발프로산 등의 약물이 사용된다.
재활 치료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언어 치료는 발화 기능 개선뿐 아니라, AAC(보완 대체 의사소통) 장치를 활용한 의사소통 훈련도 포함해야 한다. 운동 치료와 감각통합 치료는 자세 유지, 보행 능력, 손기능 개선을 목표로 하며, 특수교육과 통합교육 환경에서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부모 교육과 정서적 지원도 환자의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희귀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낮은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의 질환을 수용하고 일관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희귀 질환 등록 사업을 통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장기 추적 관리 체계를 통해 성장에 따른 재평가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